머신러닝 엔지니어의 2022년 회고
🪴

머신러닝 엔지니어의 2022년 회고

Tags
Diary
Reflection
Published
December 31, 2022
Author
EUREMI
체대생 개발자 한정수님의 회고 글들을 보고 나도 꼭 회고글을 작성해야지하고 마음 먹었는데 드디어 나도 회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의미 있었던, 내 삶이 많이 바뀌었던 한해였다. 2019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좋은 인연을 만나 중간중간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대부분은 갓 태어난 아이들을 뱃속과 집에서 돌보는 시간을 가졌었고 올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구직활동과 회사 일을 시작했다. 올해를 보내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회고하고자 한다.
2022년의 commit들
2022년의 commit들

1월, 본격적인 취업 준비

둘째 아이가 돌이 지나고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면서 이력서를 준비하고 중간중간 책 읽는 시간을 보냈다. 혼자만의 프로젝트도 하고 공부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다. 자존감이 낮아져 있었지만 그동안 했던 경험들을 정리하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 되새기며 잊었던 지식들을 정리하며 공부했다. 2년 전 했던 캐글 스터디도 여전히 연이 닿아있어 다시 시작했다.
자주가곤 하는 집 근처 카페☕️ 커피는 못 마시지만 생각이 많아질 때 혼자 카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자주가곤 하는 집 근처 카페☕️ 커피는 못 마시지만 생각이 많아질 때 혼자 카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 1월에 읽은 책

2월, 구직

좀 더 공부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지원하면서 공부하라는 남편의 말과 천인우 님의 브레이킹 루틴 책을 읽고 용기가 나 관심 있는 회사들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이력서에 합격했던 회사들은 모두 최종 합격까지 갔고 그 중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도메인을 다루는 회사는 뒤로 하고 더 기술적인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 2월에 읽은 책

3, 4, 5월, 나의 첫 회사

그렇게 처음으로 회사를 다니고 엔지니어링 기술과 딥러닝 기술, 도메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2년 동안 쉬었던 탓에 뒤쳐졌던 나의 실력은 회사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밤늦게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논문을 읽거나 공부했고 칭찬에 인색한 CTO님에게 가끔 칭찬을 들으며 회사 업무에 열중했다. 협업 경험이 별로 없던 내가 git으로 소스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docker와 효율적으로 코드 작성하는 법, 논문을 읽는 요령 등의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코로나라니

회사에 들어간 지 2주가 됐을 때 아이들이 일주일에 걸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재택을 하게 되면서 힘겨웠던 시간들을 보냈다. 일 욕심에 아이들을 케어하는 동시에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결국, 일도 안되고 아이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외에도 다른 아유로 인해 3, 4, 5월은 실력은 늘었지만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재택근무가 생겨나면서 얻게 된 유일한 나만의 공간
재택근무가 생겨나면서 얻게 된 유일한 나만의 공간
 

6월, 퇴사를 결심하다

처음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나는 처음으로 시니어가 생겼고 내 코드를 리뷰해주는 CTO님도 생겨서 배울 점은 많았다. 그렇지만 가끔 듣는 과한 언어들에 힘겨웠고 회사 PM님과 이와 관련해서 고민도 털어놨지만 조금 더 버티면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에 기다리다 그리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사람들도 좋고 회사에서 배우는 것도 너무 좋았지만 나의 건강과 아이들을 위해서 퇴사를 결심했다.

7월, 휴식

퇴사를 하고 나서도 힘든 시기는 지속되었다. 꽤 고민해서 지원했던 회사들은 거절 연락을 드린 터라 새로운 회사들을 찾아봐야 했고 다시 구직을 준비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다. 회복을 위해 쉬면서 나의 마음을 위로해줄 만한 책과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이때 봤던 유튜버 중에 드로우앤드류님의 영상들이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녔던 회사도 내가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했다. 아이를 키우다가 일을 하게 되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난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나를 잘 몰랐던 탓이다. 내가 왜 이 일이 좋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좋아하던 카페로 갔고 그 옆에 있던 문구점에서 노트와 펜을 사서 무작정 적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notion image
카페에 진열되어있는 책 중 눈에 띄던 책 한권을 집어 들어 읽었고 그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모두 씻겨져 내려갔다.
 
📗 7월에 읽은 책

8월, 다시 시작된 취업 준비

마음이 진정된 이후 난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회사에 지원했고 그중에 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다. 이번 지원 기간엔 불합격 결과도 받았는데 회사들에서 받은 피드백들이 나를 더 자극했고 머신러닝 엔지니어로써 어떤 영역이 부족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불합격 받았던 건 아쉽지만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진심을 다해 답변 준 회사들에게 감사하다.

제주도 여행

회사에 들어가기 전 남편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조금은 여유로운 여행을 다녔다. 여행 중에는 북카페를 찾아다녔고 책 읽는 시간도 보냈다. 제주도까지 가서 책을 읽는다고?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읽었던 책도 좋았고 바깥 풍경과 북카페의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남편과 나는 언젠가 우리만의 북카페를 만들자는 얘기를 나눴다.
제주도에서 발견한 북카페. 아무도 재촉하지 않고 여유로운 공간이였다.
제주도에서 발견한 북카페. 아무도 재촉하지 않고 여유로운 공간이였다.
 
📗 8월에 읽은 책

9월, 새로운 회사 출근

주로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서비스 중심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시니어는 없지만 정말 멋진 이사님이 계시고 서로가 의견을 주고받고 실험과 개발을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하고 있다. 나는 초기에 잡혀있지 않았던 환경 세팅과 기존 코드 디버깅 등을 중심으로 일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적응 후 현재는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모델 실험, 구현 업무를 맡고 있다. 논문 리서치를 하면서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 아이디어도 내고 재밌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2022년 계획을 짜다

2022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드림코딩 엘리님의 노션 활용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이대로 남은 2022년을 보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합격 받은 회사들에게서 받은 피드백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 모델 구현부터 과제 면접에서 풀지 못했던 musicVAE 구현을 올해 목표로 잡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재우고 남은 한 시간 남짓의 자유시간에 코딩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나의 코딩 취미는 유지되고 있다.
계획을 짜고 실행력이 급 상승했다. 지금 보니 운동은 실행조차 안했었네..
계획을 짜고 실행력이 급 상승했다. 지금 보니 운동은 실행조차 안했었네..
 
다독
힘들었던 시기인 6월에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책이었고 그 이후로는 고민을 해결하고 싶을 땐 책을 읽었다. 출퇴근길 2시간 동안 늘 손에 책을 들고 있었고 자기계발, 일, 프로그래머 분야의 책을 읽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중에 이렇게까지 책을 많이 읽었던 날들은 없었는데 나 스스로도 신기하다. 이젠 책이 재밌고 없으면 허전하고 옆에 있으면 든든하다.
 
📗 9월에 읽은 책

10월, 카드뉴스 발행

나만의 컨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에 2번 내가 배웠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카드 뉴스를 만들었고 블로그도 관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고민 중이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뚜렷해질 것이다. 카드뉴스를 발행하면서 글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 이과 출신에 수학과 출신인 나는 메모장이나 노션에 나만의 개발일지를 쓰며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내용을 공유하는 건 늘 즐겁다.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내용을 공유하는 건 늘 즐겁다.
 

뉴스레터 발행

카드 뉴스의 특성 상 그리 많은 글을 담을 순 없었고 더 퀄리티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사님께서 사내 인공지능 및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2주에 한 번씩 회사 데이터에서 얻어냈던 인사이트와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내용들을 공유하는 뉴스레터들을 작성하기로 했다. 글을 쓰다 보니 올해 마지막 뉴스레터는 꽤 그럴싸한 뉴스레터가 만들어졌고 인생 처음으로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칭찬의 여왕 이사님 멋져요💚)
내용과 구성까지 모두 기획했던지라 애착이 간다.
내용과 구성까지 모두 기획했던지라 애착이 간다.
 
 
📗 10월에 읽은 책

11월, 나만의 루틴이 생기다

10월부터 짠 계획들 덕분에 아침 출근길엔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읽게 됐고 그 결과 매달 2권씩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일하면서 내용들은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카드뉴스를 만들 수 있었다. 밤에는 코딩을 하며 MLP, CNN, RNN, VAE 모델을 구현할 수 있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캘린더 정리와 그날의 회고를 적게 되었다. 가끔 귀찮을 때가 있지만 쓴 것들을 다시 돌아봤을 때 뿌듯하기도 하고 기억도 안 나는 것들이 적혀있는 걸 보면 놀랍기도 하다.
출근하자마자 캘린더에 그날 할 일들을 정리한다.
출근하자마자 캘린더에 그날 할 일들을 정리한다.
 
독후감 쓰기
책을 많이 읽는 게 좋을 거란 생각에 빠르게 책을 읽어댔으나 책에서 얻은 정보들은 빠르게 잊혀졌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책을 많이 읽기보단 하나의 책을 깊게 읽기로 결정했다. 한달에 책 2권 정도를 읽고 책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들과 나의 생각들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책 읽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까먹었을 때마다 다시 꺼내 보기도 쉽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좋았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애착이 증가했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애착이 증가했다.
 
📗 11월에 읽은 책

12월, 인공지능 작곡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

musicVAE를 구현하기 위해 음악에서 사용하는 용어부터 midi 파일로 이루어진 데이터셋의 형태 등을 공부하느라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늘어졌고 12월까지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던 musicVAE 모델 구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encoder와 composer까진 구현했지만 decoder 구조를 구현하던 중에 올해가 끝나버렸다. 그래도 sequential generative model, 자연어처리,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고 즐거웠던 시간이였다. 올해까지 모델 구현은 실패했지만 보이지 않는 실력은 상승했고 나만의 음악 생성 모델 오픈소스 툴 만들기 목표가 생겼다.
예쁜 musicVAE 모델 구조
예쁜 musicVAE 모델 구조
 
📗 12월에 읽은 책

마무리

올해가 벌써 끝났다는게 신기하다. 재밌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했던 일들을 돌아보니 꽤 많은 것들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가 기특하단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2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나 혼자만 뒤처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회사를 다니고 보니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드 스킬(코딩, 모델 구현, 컴퓨터 지식 등)이 늘어나진 않았을지 몰라도 소프트 스킬이 늘어난 것 같다. 소프트 스킬이란 인내심, 책임감, 침착함, 리더쉽 등을 의미한다.
뭘 하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건 여러모로 이득이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더 성장하고 나의 세상이 더 넓어졌을 것이다. 내 글을 읽고 워킹맘들이나 아직 아이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는 엄마들이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내년은 더 단단하고 나만의 색깔을 띠는 해가 되길 바란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새 넷이 된 우리 가족
어느새 넷이 된 우리 가족